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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조류

벙어리뻐꾸기의 탁란

by 박철우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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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스카우트 학생들을 데리고 청태산으로

1박 2일 야영을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장면이다.

행사 프로그램 사진을 기록하고 야영지로 돌아오던 개울 옆 오솔길에

아주 작은 새가 왔다갔다 하는데.....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이 도망을 가지 않고

뭔가 불안한 듯 소리를 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보는 녀석인데다가

해발고도가 다소 높은 곳이라 독특하여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입에는 잔뜩 먹이가 물려 있었다.

주변에 뭔가 있다는직감이 들었고,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다소 떨어진 장소에서 30여분을 대기하며 녀석의 행동을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몸은 검고 입안은 오렌지빛이 나는 커다란 새끼를

올리브톤의 몸색을 지닌 작은 어미가 키우고 있었다.

그 당시 주로 식물과 곤충을 주 대상으로 촬영했던 터라

이 어마어마한(?) 장면을 운좋게 발견하고도

어미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저 큰 새끼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안타깝게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2007. 6.9. 청태산

 

계곡물이 다소 흐르는 작은 개울.

그 양 옆의 흙은 이미 지나갔던 큰 물줄기로 인해 안으로 파여 있었고,

다소 어둡고 뿌리 치렁치렁한 흙벽 중간쯤에 녀석의 둥지가 위치해 있었다.

처음 발견 당시 둥지의 형태는 온전하였기에

그 안에 들어있는 녀석을 정확히 관찰할 순 없었다.

일주일 뒤 다시 찾았을 때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부쩍 커버린 새끼의 몸으로 인해

둥지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풀어져 내려 겨우 바닥만 받치고 있었다.

 

녀석을 기록하려 렌즈를 들이대니

입을 벌려 위협을 하며 몸을 움직인다.

무척 사납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탁란 숙주인 양부모는 아는지 모르는지

큰 새끼에게 쉴 새 없이 먹이를 공급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주일 뒤 둥지 자리를 다시 찾았을 때 녀석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녀석의 정체는 몇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정확하게 동정되었다.

어미새는 되솔새, 새끼새는 벙어리뻐꾸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확실하게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2007.6.16. 청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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